2001년 폐지된 '군 가산점' 제도가 20년 만에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주체는 '이대남'(20대 남성) 달래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다. 하지만 "불평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미 위헌으로 결론난 군 가산점 제도가 다시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공기업 승진평가에 군경력 반영을 의무화하는 법안(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군 가산점 재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군 가산점 재도입과 관련해 "위헌이라서 다시 도입하지 못한다면, 개헌을 해서라도 전역 장병이 최소한의 보상은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병기 의원도 26일 군 복무자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는 제정법률안을 금주 내에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존 국가 유공자에게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취업, 주택 청약, 사회 복귀 적응 등에 있어 국방 '유공자'에 걸맞게 정당한 예우를 하겠다"며 "군 복무자 국가유공자 예우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김남국·김병주 의원도 잇따라 유사한 취지의 주장과 법안을 내고 있다.
앞서 1961년부터 시행된 군 가산점 제도는 2년 이상 복무한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취업하거나 공무원 시험 등에 응시할 시 과목별로 시험 득점에 3~5%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6급 이하의 공무원 시험에서 2년 이상 복무한 군필자들에게는 총점의 5%, 2년 미만 군필자들에게는 3%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군 가산점제의 폐지는 1998년 10월 19일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다가 군가산점제로 탈락한 이화여대 졸업생과 연세대 남성 장애인 학생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이후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위헌결정을 받았고, 도입 40년 만에 2001년 최종 폐지됐다.
군 가산점제는 부활할 수 있을까.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 결정을 받은 제도이기 때문에 부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1999년 위헌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군가산점제가 여성, 장애인, 군 미필자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헌법과 전체 법체계에 비춰볼 때 기본질서 중 하나인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와 보호' 원칙에 저촉된다"며 "이같은 차별취급은 여성과 장애인,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들의 평등권, 공무담임권에 대한 부당하고 지나친 침해"라고 판시했다.
다음 달 퇴임하는 박상옥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도 군 가산점 부활과 관련해 논란의 소지가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는 27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국방의 의무 이행에 국가의 배려가 있어야 하지만 군 가산점과 같은 일률적인 방식은 성별에 따른 즉각적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어 논란의 소지가 많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의원들이 관련 입법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높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회에서는 위헌 결정 이후에도 군 가산점 관련 법안이 여러 차례 입법된 적 있으나 여성계 등의 거센 반발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폐지 4년만인 2005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군 가산점 부활을 골자로 하는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2007년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은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경우 과목별로 2% 가산점을 주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상임위원회(국방위)를 통과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에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공무원 시험에서 최대 가점 1%를 부여하는 군 가산점 부활 법안을 발의했다. 모두 반대에 막혀 입법되지 못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년 "가산점 제도는 병역의무자 중 (공직에 지원하는) 극히 일부에게만 혜택이 되는 제도"라며 "위헌 판결 당시 헌법재판소의 가산점 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논거들이 있기 때문에 비례원칙 위반사항만을 완화한다고 위헌성이 제거된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